장례강론
R.I.P
먼저, 고인을 떠나보내며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 하느님의 위로를 전합니다. 하느님 친히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평화를 주십사 청합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아니었지만 고인이신 조순애 자매님을 하느님 자비에 맡겨드리려 우리는 모여왔습니다.
한국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구호를 가슴에 띠로 두른 채, 선교하는 개신교 신자들의 모습입니다. 저도 경험한 일인데, 몇 번 붙잡혀 ‘예수 믿고 천국 가자, 우리 교회를 다녀야 구원 받는다’ 설교를 들어야 했습니다. 열성이야 높이 평가 할 만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들이 말하는 천국, 또 구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기들의 예수와 내가 믿는 예수는 무엇이 다른가? 만일 저들의 주장대로라면, 자기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의 예수는 진짜 예수가 아니며, 그런 예수는 구원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신앙의 준거인 성경에로 눈을 돌려 보아야겠습니다. 마태오 25,31 이하는 최후심판에 관한 비유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심판의 기준을 세례를 받았나 안받았나 혹은 어느 특정 교파에 두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굶주린 이에게, 목마른 이에게, 나그네에게, 병들고 감옥에 갇힌 이에게 대한 베풂과 자선에 두셨습니다. 또한 마태오 7,21 이하는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하고 마귀를 쫒아내고 기적을 행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입으로는 주님을 고백하지만 불의를 일삼는 자들은 결코 구원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겉으로 드러난 신앙과 입술로 고백하는 믿음을 구원의 잣대로 삼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우리 자신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과 같습니다. 겸손하라, 그리고 삶으로 증거해라… 그래서 우리는 이 장례미사를 봉헌하며, 비록 신앙인은 아니었지만 이제 고인이 되신 분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에 간절히 의탁하며, 고인의 모든 허물을 용서하시고, 생전에 고인이 다른 이웃에게 베푼 사랑과 자선을 보시어 하느님 나라로 인도해 주십사 기도합니다.
주님, 조순애의 영혼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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