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

길거리나 공공장소, 비행기에서 보면 헤드폰을 쓴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신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소리를 듣기 위함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드폰을 쓰고 내가 선택한 소리만을 즐겨 듣는 동안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른 소리와는 차단되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누군가가 도움 청해도 듣지 못하고,

주변의 요구와 상관없어지겠구나 하는 것입니다.

 

헤드폰은 우리 시대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집착하고,

그 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

우리 사회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관심이 없습니다.

심각한 일이 일어나도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나의 일만 잘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 필요와 요구라는 헤드폰을 쓰고 살아갑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 당시 유다인들도

‘조상들의 관습이나 율법이라는 헤드폰’을 쓰고 있었습니다.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것들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일방적인 것만 반복하여 들어서 그것에만 익숙해집니다.

그 결과 익숙해진 것을 기준으로 그 외 것들을 평가하고 판단합니다.

나아가 들려오는 소리 외에는

다른 것을 들으려고 하지 않기도 합니다.

유다인들은 다양한 멜로디를 듣기를 싫어했고

오직 하나의 멜로디만을 들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들을 수도 없었고, 믿을 수도 없었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느낌과 판단, 그리고 당장 해야 할 일들에 귀를 기울이고 정신을 쏟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과 너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전에 다니던 성당에서 하던 대로,

전임 신부님이 하시던 대로,

과거 활동할 때 하던 대로,

그런 과거의 시간과

내가 좋고, 재미있고, 생색나는 것만 하려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소리와 현상에 대해서는 듣지도 보지도 않으려 합니다.

나는 어떤 종류의 헤드폰을 쓰고 있는지,

나는 어떤 종류의 소리를 듣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지금 끼고 있는 헤드폰과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나만을 위한 것이라면 지금 다시 정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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