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된 모습
살다보면 얼굴색 때문에 낭패를 보는 적이 있습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는 마음 상태가 얼굴로 금방 드러나기 때문에
간혹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합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나 책임을 맡은 사람들은
얼굴표정 관리를 잘 해야한다고 하지만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화가 나거나 미운 생각이 들어도 웃어 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이지 지나고 나면
오히려 그런 위선적인 모습 때문에 더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어떤 유명한 배우가 화가인 친구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어서 배우가 화가를 찾아갔습니다.
배우가 화가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초상화 하나 그리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나?”
화가가 대답했습니다.
“자네 얼굴은 도저히 그릴 수 없더군.”
이 말에 놀란 배우가 물었습니다.
“아니, 자네 실력으로 못 그린다니 이해할 수 없군!”
화가는 배우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자네는 모든 역을 아주 훌륭하게 연기하지 않았었나.
그래서 자네의 진짜 얼굴이 어떤 것인지 영 떠오르질 않아 그릴 수가 없단 말일세!”
이 배우처럼 우리도 어찌보면 진짜 얼굴은 감춘 체,
그저 그럴듯한 생각이나 말로 포장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고 산다고 해서
누가 그것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손해를 보거나 손가락질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적당히 감추고 사는 것이 지혜로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 감추고 포장을 하다보면
어떤 것이 진짜 내 본모습인지를 잊어버리고 살 수도 있습니다.
나의 본모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럴듯한 말과 행동으로 자신들을 포장한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처럼
혹시 겉으로만 거룩한 척, 자비로운 척, 인내로운 척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입니다.
사람들 앞에 솔직할 수 없다면 하느님 앞에서라도,
고해소에서라도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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