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못할 말

“요즈음 마리아 자매님이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게요 신부님,

마리아가 신부님과 부딪치고 싶지 않아서 성당에 나오지 않는데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런 말씀을 드려야할 지….

신부님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엘리사벳이 마리아와 친해요,

그러다보니 신부님에 대한 좋지 않은 말을 많이 한 모양이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는 괜히 신부님을 보면 분심이 들 것 같아서

성당에 나오지 않는데요.”

신부님, 남편, 부인, 부모님, 자녀, 형제, 자매,

직장 상사, 직장 동료, 동업자 등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을 때 어떻게 하십니까?

친하거나 내 편이 되어 줄 만한 사람들과 술이나 차 한잔하면서

그 대상에 대해 신랄하게 욕을 하면서 푸십니까?

격렬한 운동으로 땀을 내면서 푸십니까?

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푸십니까?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푸십니까?

이것도 그것도 아니면,

그냥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서 어금니 꼭 깨물고 참으십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본능적으로 자기편부터 찾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을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야만 자신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고,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 등 자신의 편에 서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자신의 입장과 상대방이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고발을 합니다.

물론 이때 적절하게 자신도 잘 한 것은 없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도 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잘못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비난을 쏟아내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머리를 쓰면서 위로를 받아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을 때에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함으로써 듣는 사람이 내가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과

잘못된 관계에 빠지지 않을까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남편에 대한 불만을 자녀에 신랄하게 늘어놓은 아내,

신부님에 대한 불만을 다른 신자에게 신랄하게 늘어놓는 신자,

그냥 나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늘어놓은 말이,

듣는 사람에게 또 다른 상처로 전달되어

관계파괴의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신부님과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사람이

자신과 친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신부님에 대한 불만을 듣고는

불편한 신앙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엄마가 아빠에 대한 불만을 자녀에게 잘못 늘어놓음으로써

아빠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갖고 아빠를 무시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것을 목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저 사람을 싫어하니까,

나하고 친한 너도 저 사람과 가까이 하면 안된다.

내가 저 사람에게 이런 상처를 받았으니까,

나하고 한편이 되어 보복을 하자.

이런 모습일 수 있습니다.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사람에게라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습니다.

하물며,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아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할 말과 못할 말을 구분할 줄 알면 좋겠습니다.

나의 불만과 상처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

또 다른 불만과 상처를 만들어 내지 않도록 말입니다.

예수님의 침묵이 십자가의 상처를

불만과 죄의 단절을 치료하는 약이 되게 하였습니다.

나의 불만해소를 위해 죄를 전달하거나 상처를 양상해내지 않도록

할 말과 못할 말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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