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된 사람

산에 오르지 않고도 삶을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산에 올라가 보지 않고는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기쁨과 환희를 체험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을 믿지 않고도 삶을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나를 사랑으로 창조하신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뜻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맛보지는 못할 것입니다.

나를 불러주신 하느님께 어떤 모습으로 응답하고 있는지,

과연 그 분의 뜻을 얼마나 실천하고자 했는지 돌아봅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살아가면서 잊어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는 너무도 쉽게 잊고 살아갑니다.

잘 잊고 살아가는 것 중에 하나가

내가 신앙을 갖게 된 것이 마치 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처럼 생각하고,

신앙자체가 하느님의 선물임을 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사제가 되고자 신학교에 간 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고, 그렇게 한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를 선택해 주셨고,

불러주셨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가끔이고,

대부분은 제가 스스로 사제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를 불러주시고, 파견해주신 분의 뜻을 찾기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것,

제가 보기에 좋은 것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앞세웁니다.

“파견된 사람이 파견하신 분보다 더 나을 수 없다”는 말씀을

정면으로 거슬리면서 말입니다.

파견된 사람인 사제가 파견하신 하느님의 뜻을 찾기보다는

인간적인 자신의 뜻을 먼저 앞세우면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내가 하느님을 선택하기 전에, 그분께서 이미 나를 불러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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